Mysterious Flame of Queen Loana
Posted 2007/08/06 11:30, Filed under: Review/Book어제서야 에코의 마지막 소설인 『mysterious flame of queen Loana』를 다 읽었다. 지난여름에 사들인 책이었으니 거의 1년이란 시간이 걸린 셈이다. 사실 1년이란 시간이라면 책을 읽는 정도가 아니라 통째로 번역해도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이 소설 앞에서 시간을 운운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2004년에 출간된 이 책이 아직까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것을 보면, 그리고 출간 계획은 잡혔지만 이래저래 계속 늦춰지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소설이 지닌 난해함을 알 수 있다.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계륵 같은 소설은 없다. 역자 입장에서는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20세기 전반기의 서브 컬쳐를 설명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고, 출판사 입장에서는 기존의 열렬한 독자층에게마저 외면 받을 소설을 간행해야만 하는 부담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출간하며 인터뷰에서 밝힌 바 그대로 이 책은 에코의 마지막 소설이 될 수 밖에 없다. 삶을 정리하며 젊은 시절 맹세한 일들을 하나씩 수행하는 사람처럼 이번 소설에서 에코는 그다운 필치로 유년 시절과 첫사랑을 그려낸다. 『장미의 이름』, 『푸코의 추』, 『전날의 섬』, 『바우돌리노』를 통해 보여준 그의 전형적인 소설과 다르게 이 소설은 순수 문학에 가깝다. 에코 특유의 이리저리 비꼬고 방대한 기호학적 지식이 여기저기 삽입되어 있지만 이 소설은 본질적으로 사랑과 한 남자의 유년 시절에 대한 소고이다. 마치 에코가 코엘료풍의 소설을 썼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에코의 소설에 익숙한 독자라면 그의 다른 소설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수많은 기호학적 농담 사이에 배치된 숨겨진 감정선의 해답을 이 소설에서 얻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처럼 짐짓 소설에서 언급했던 에코의 경험들이 이번에는 보다 솔직한 태도로 인물에 직접 투영된다. 더 이상 써야할 이야기가 남아 있지 않다는 태도로 말이다.
이 소설은 어떤 면에서는 <시네마 천국>가 비슷한 뉘앙스를 풍긴다. 밀라노의 고서적상으로 이 소설의 주인공인 얌보는 토토와 비슷한 추억을 지니고 있음과 동시에 『푸코의 추』의 벨보의 분신이다. 그의 유년 시절과 청소년 시기 이탈리아는 격동의 시기였고 한 가족을 둘러싼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 놀랄 만큼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mysterious flame of queen Loana』의 백미는 두 부분인데 하나는 '그라놀라'라는 저항 세력의 운동원과 주인공이 나누었던 우정과 이들이 함께 겪은 Gorge라는 험준한 언덕에서의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시라노>를 배경 삼아 묘사되는 릴라에 대한 주인공의 관념적 풋사랑이다. 자동차 사고로 기억을 잃게 될 때까지 평생을 그녀를 찾아 헤맸다는 묘사와 최후의 순간에야 떠오른 첫사랑의 얼굴은 일견 유치해 보이지만 거의 모든 사내들이 꿈꾸는 부정할 수 없는 로망이다.
문득 몇 달 전 강의실에서 스물 남짓한 사내아이가 『장미의 이름』을 꺼내며 거만한 표정으로 친구에게 '이제부터 문화생활을 좀 하기로 했어'라고 뱉던 말이 떠오른다. 『mysterious flame of queen Loana』의 운명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야기 속에서 소설이 줄 수 있는 재미를 찾는 대신 난해하다고 평가받는 에코의 소설을 읽으며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위인인 척'하기 위해 가방 속에 넣어가지고 다니는 또 다른 장식품이 되지 않을까 저어한다.
P.S.
이렇게 써놓고 나니 몇 줄 앞에 언급한 '~척'에서 나 또한 자유롭지는 못할 거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에코의 소설에 익숙한 독자라면 그의 다른 소설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수많은 기호학적 농담 사이에 배치된 숨겨진 감정선의 해답을 이 소설에서 얻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처럼 짐짓 소설에서 언급했던 에코의 경험들이 이번에는 보다 솔직한 태도로 인물에 직접 투영된다. 더 이상 써야할 이야기가 남아 있지 않다는 태도로 말이다.
이 소설은 어떤 면에서는 <시네마 천국>가 비슷한 뉘앙스를 풍긴다. 밀라노의 고서적상으로 이 소설의 주인공인 얌보는 토토와 비슷한 추억을 지니고 있음과 동시에 『푸코의 추』의 벨보의 분신이다. 그의 유년 시절과 청소년 시기 이탈리아는 격동의 시기였고 한 가족을 둘러싼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 놀랄 만큼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mysterious flame of queen Loana』의 백미는 두 부분인데 하나는 '그라놀라'라는 저항 세력의 운동원과 주인공이 나누었던 우정과 이들이 함께 겪은 Gorge라는 험준한 언덕에서의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시라노>를 배경 삼아 묘사되는 릴라에 대한 주인공의 관념적 풋사랑이다. 자동차 사고로 기억을 잃게 될 때까지 평생을 그녀를 찾아 헤맸다는 묘사와 최후의 순간에야 떠오른 첫사랑의 얼굴은 일견 유치해 보이지만 거의 모든 사내들이 꿈꾸는 부정할 수 없는 로망이다.
문득 몇 달 전 강의실에서 스물 남짓한 사내아이가 『장미의 이름』을 꺼내며 거만한 표정으로 친구에게 '이제부터 문화생활을 좀 하기로 했어'라고 뱉던 말이 떠오른다. 『mysterious flame of queen Loana』의 운명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야기 속에서 소설이 줄 수 있는 재미를 찾는 대신 난해하다고 평가받는 에코의 소설을 읽으며 '문화를 즐길 줄 아는 위인인 척'하기 위해 가방 속에 넣어가지고 다니는 또 다른 장식품이 되지 않을까 저어한다.
P.S.
이렇게 써놓고 나니 몇 줄 앞에 언급한 '~척'에서 나 또한 자유롭지는 못할 거란 생각이 든다.
Response :
No Trackback
,
No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