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스강의 하우스보트
Posted 2009/03/12 22:29, Filed under: Review/Book나처럼 허세를 부리며 약간의 인문학적 소양을 가졌다고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으로서는 『스틱스강의 하우스보트』 같은
제목 자체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스틱스강에 떠 있는 하우스보트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유쾌함이 밀려왔고, 저승을 헤매는 영혼들이 나누는 대화가 어떤 것일지 궁금함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틱스강의 하우스보트』는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범주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책과 이야기에 익숙한 독자라면 한 번쯤 생각해 봤고, 읽어봤을 이야기를 작가는 가장 손쉬운 방식으로 풀어놓는다. 그렇기에 재미는 있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지는 않는다. 또 유쾌한 웃음을 터트리게 하지만 이내 공허한 침묵으로 독자를 밀어 넣는다. 저승의 영혼들이 벌이는 논쟁은 즐겁지만 산뜻하지는 않다. 기발한 소재와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해는 높이 살만하지만 이것을 제외하면 이 짧은 소설 속에서 어떤 아름다움도 찾을 수 없다.
-피곤한 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서서 보기 좋은 책. 잠시의 유쾌함을 위해 의식을 의탁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겠지만 읽고 난 뒤의 허망함에 대해 단단히 각오를 하고 책장을 넘겨야만 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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