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
Posted 2008/01/08 08:57, Filed under: Review/Book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딱 한 가지 뿐이다. 이탈리아를 여행하기 전에 읽어야 할 책을 여행을 끝낸 다음에야 읽었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만약 이 책이 2년만 빨리 번역되었어도 내 로마 여행이 한층 즐거웠을 것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저 시스티나의 천장화를 보면서 30분 동안 목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고통을 감수하는 것보다는 두 시간쯤 책장에 코를 박는 편이 작품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이해하는 첩경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에는 이런 불평등한 세계에서 해방될 수 있다. 굳이 그 세계의 권력자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책을 통해 숨겨진 이야기에 접근할 수 있다. 미세하게나마 기울어진데다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되는 예배당의 비밀과 천장화의 모델들에게서 받는 인상. 르네상스 시기 후원자와 예술가의 관계. <닌자거북이>에서는 다정한 동료겠지만 실제로는 맞수였던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의 관계를 되집어 가는 것은 여행이 줄 수 없는 매력이다. 로마를 여행하기 전 여행안내서보다 먼저 챙겨야 할 책.
P.S.
이 책이 재미난 진짜 이유는 책상에서 쓰인 책이 아니라 현장에서 발로 쓰인 책이기 때문이다. 상상력과 문헌 정보에 의존해서 쓰인 글과 실제로 경험한 공간을 토대로 쓰인 글은 독특한 시점 차라는 것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 책의 경우 그 경험이 놀라우리만큼 섬세하다. 책을 읽는 동안 기억 속에 흐릿하게 남아 있는 공간을 짜맞추어 환영 속에서 완성되어 가는 로마의 르네상스를 바라보는 일은 놀라운 경험이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작품과 예술가. 역사와 기록을 짜임새 있게 결합시킨 이런 글은 흔하지 않다. 미켈란젤로와 시스티나 예배당에 대한 책으로서는 전설에 속할 것이 분명한 책이다. 아울러 예술사가들이 본받아야 할 귀감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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