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의 대가
Posted 2004/12/10 00:04, Filed under: Review/Book<검의 대가>는 인물이 아름다운 소설이다. 아니 인물뿐만 아니라 배경도 아름답다. 전반부에 묘사된 인물과 배경만큼이나 후반부의 사건 전개가 빼어났더라면 이 소설에 대한 평가를 달리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레베르테씨를 너무나 오랫동안 곡해했노라고, 그는 흔하디 흔한 보통의 작가가 아니라 진정한 대가였노라고, 스스로의 낮은 안목을 괴로워하며 시인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좋은 인물과 배경을 가지고 만들어낸 이야기는 진부한 삼류 스토리에 지나지 않는다. 전반부의 아름다움에 취해있다가 후반부의 당혹스러운 이야기 전개에 얼이 빠져 있노라면 어느새 이야기의 결말에 다다른다. 그리고 한참동안 아쉬움에 속이 쓰리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그의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서투른 건축가가 생각난다. 레베르테가 지닌 인물을 형상해 내는 재주의 탁월함이 마약처럼 끈적하게 손을 붙잡지만 이야기에 끝에 다다랐을 때마다 난 [이건 아냐]라는 말을 수 없이 반복하게 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분명 서사 구조의 빈약함을 충분하게 인지하고 있음에도 이 소설이 대단히 멋지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다. 그의 소설을 읽고 나면 한동안 소설 속 주인공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한다. 스스로의 행동에서 소설 속 인물을 발견하고 어느 사이에 인물의 말투를 따라하며, 똑같은 걸음거리로 걷기 시작한다. 좀처럼 인물에 몰입하는 경우가 드문 나로서는 특이한 일이지만 그의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분노하고 흥분하며 심지어 침울해 하기까지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검의 대가>에서 그가 창조해 낸 하이메 아르타를로아는 외롭고 고독한 캐릭터이다. 하이메는 부유하지도 않고, 지적이지도 않으며, 시대에 뒤쳐진 노 검술가이다. 하지만 그를 통해 우리는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내면 어딘가에 분명 존재하는 순수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우아하지만 유행에 한참 뒤떨어진 복고풍을 선호하는 그처럼, 기예가 아니라 스포츠로 전락해 가고 있는 검술만을 사랑하며 세상에 무관심한 그를 통해 우리는 강한 척 해야만 하는 외피를 입지 않는 좀처럼 들어나지 않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검의 대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 검술가의 사랑과 좌절에 대한 이야기였더라면, 검의 성배를 찾아 방랑하는 기사의 이야기였더라면, 노년에 찾아온 사랑에 흔들리는 자신을 용서하기 힘든 괴팍한 노인의 비가였더라면 이 소설은 한층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멋진 캐릭터는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음모에 연루되고, 살인을 목격하며, 사랑하는 여인의 목숨을 거두게 된다. 게다가 레베르테는 검의 성배를 발견하는 모습으로 첫번째 장편 소설의 마무리를 지으려 했지만 솔직히 어설프게 배낀 하이틴 로맨스처럼 촌스럽다. 검의 성배를 깨닫고는 사랑하는 여인의 주검 옆에서 검을 휘드르는 노인의 모습에서 그의 검이 그려내는 궤적이 노검술가의 삶이자 눈물이라고, 그의 삶이 아니러니라고 느끼기에는 모양새가 너무 좋지 않다.
사실 난 아직도 레베르테가 어째서 탐정물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하이메처럼 호소력 있는 인물을 고작 살인 사건과 음모의 도구로 이용하는 그의 마음을 도저히 모르겠다. 만약 츠바이크에게 하이메가 주어졌더라면 그는 어떤 소설을 썼을까? 삶에 남은 것은 검술 하나밖에 없다고 믿는 초로의 대가에게 불현듯 찾아온 사랑과 좌절을 눈물과 웃음을 거둘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 그려내지 않았을까?
하지만 레베르테의 성장을 즐겨보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첫번째 장편 소설인 <검의 대가>와 비교해보자면 그의 최신작인 <남부의 여왕>은 노련미와 대가다움이 살짝 엿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재밌는 것은 레베르테의 인물을 훔쳐와 자신만의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것이다. 하이메가 검의 성배를 찾아, 방어할 수 없는 완전 무결한 공격법을 찾아 날마다 검을 휘둘렀듯이 우리 역시 완벽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좋은 인물과 배경을 가지고 만들어낸 이야기는 진부한 삼류 스토리에 지나지 않는다. 전반부의 아름다움에 취해있다가 후반부의 당혹스러운 이야기 전개에 얼이 빠져 있노라면 어느새 이야기의 결말에 다다른다. 그리고 한참동안 아쉬움에 속이 쓰리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그의 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서투른 건축가가 생각난다. 레베르테가 지닌 인물을 형상해 내는 재주의 탁월함이 마약처럼 끈적하게 손을 붙잡지만 이야기에 끝에 다다랐을 때마다 난 [이건 아냐]라는 말을 수 없이 반복하게 된다.

<검의 대가>에서 그가 창조해 낸 하이메 아르타를로아는 외롭고 고독한 캐릭터이다. 하이메는 부유하지도 않고, 지적이지도 않으며, 시대에 뒤쳐진 노 검술가이다. 하지만 그를 통해 우리는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내면 어딘가에 분명 존재하는 순수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우아하지만 유행에 한참 뒤떨어진 복고풍을 선호하는 그처럼, 기예가 아니라 스포츠로 전락해 가고 있는 검술만을 사랑하며 세상에 무관심한 그를 통해 우리는 강한 척 해야만 하는 외피를 입지 않는 좀처럼 들어나지 않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검의 대가>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 검술가의 사랑과 좌절에 대한 이야기였더라면, 검의 성배를 찾아 방랑하는 기사의 이야기였더라면, 노년에 찾아온 사랑에 흔들리는 자신을 용서하기 힘든 괴팍한 노인의 비가였더라면 이 소설은 한층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멋진 캐릭터는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음모에 연루되고, 살인을 목격하며, 사랑하는 여인의 목숨을 거두게 된다. 게다가 레베르테는 검의 성배를 발견하는 모습으로 첫번째 장편 소설의 마무리를 지으려 했지만 솔직히 어설프게 배낀 하이틴 로맨스처럼 촌스럽다. 검의 성배를 깨닫고는 사랑하는 여인의 주검 옆에서 검을 휘드르는 노인의 모습에서 그의 검이 그려내는 궤적이 노검술가의 삶이자 눈물이라고, 그의 삶이 아니러니라고 느끼기에는 모양새가 너무 좋지 않다.
사실 난 아직도 레베르테가 어째서 탐정물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하이메처럼 호소력 있는 인물을 고작 살인 사건과 음모의 도구로 이용하는 그의 마음을 도저히 모르겠다. 만약 츠바이크에게 하이메가 주어졌더라면 그는 어떤 소설을 썼을까? 삶에 남은 것은 검술 하나밖에 없다고 믿는 초로의 대가에게 불현듯 찾아온 사랑과 좌절을 눈물과 웃음을 거둘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게 그려내지 않았을까?
하지만 레베르테의 성장을 즐겨보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다. 첫번째 장편 소설인 <검의 대가>와 비교해보자면 그의 최신작인 <남부의 여왕>은 노련미와 대가다움이 살짝 엿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재밌는 것은 레베르테의 인물을 훔쳐와 자신만의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것이다. 하이메가 검의 성배를 찾아, 방어할 수 없는 완전 무결한 공격법을 찾아 날마다 검을 휘둘렀듯이 우리 역시 완벽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니 말이다.
P.S. 만약 아래의 <나>에 동의하는 사람이라면 하이메 아스타를로아에 반할 것임을 보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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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의 대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Tracked from Red Shadow 2005/04/29 03:13 Delete을 보면서 느꼈던 것은 레베르테가 굉장히 대중적인 플롯을 구사하는 작가라는 점이었다. 레베르테가 구사하는 플롯 자체는 굉장히 통속적이고, 뻔하다. 이 작가는 특정한 부분에 대한 마니아?